해외여행

대만 여행 세 번째 – 지우펀과 핑시선

-文山- 2025. 3. 6. 15:12
728x90
반응형

 

지우펀으로 가는 길, 기대와 현실

타이베이 시내에서 지우펀으로 이동해 핑시선을 타고, 저녁에는 지우펀의 야경을 감상할 계획이었다.

아침 일찍 배낭을 챙기고 MRT와 버스를 갈아타며 약 2시간 만에 지우펀에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숙소에 체크인하고 보니, 전망 좋은 테라스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지우펀은 산 위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홍등가의 배경이 된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애초에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만화와 현실은 달랐다.

핑시선, 기차를 타고 느리게 여행하기

숙소에 배낭을 풀고 서둘러 버스를 타고 루이팡 역으로 내려왔다. (약 15분 소요)
핑시선은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는 데이 패스(현재 80NTD)를 구매하면 여러 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역에서 내려볼 계획이 아니라면, 사실 큰 메리트는 없다.

루이팡 역에서 종점까지 기차를 타고 한 번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기차에 앉자마자 피곤이 몰려와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역인 징통(菁桐)에 도착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징통역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채한 상태로 이 많은 인파를 마주하니 몸이 점점 지쳐갔다. 다행히 징통역 자체는 크지 않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징통에서 핑시(平溪)역까지 걸어가 보았는데, 한적하고 푸르스름한 공기가 너무 좋았다. 이 길은 생각보다 걷기 좋으니, 핑시선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고양이 마을, 허우통에서 만난 녀석들

원래는 핑시에서 스펀(十分)을 들렀다가 허우통(猴硐)을 마지막으로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주말의 어마어마한 인파 때문에 결국 허우통만 가기로 했다.

오후 4시쯤, 허우통에 도착했다.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곳이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고양이들이 숨어 있었다. 하루 종일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에 지쳤는지, 일부는 아예 포기한 듯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마을을 둘러보며 처음에는 고양이보다 고양이 관련 소품과 인테리어만 눈에 띄었지만, 숨은그림찾기 하듯 자세히 살펴보니 여기저기서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우통은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고양이들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좋았다.

지우펀 야시장, 홍등이 빛나는 밤

허우통에서 다시 루이팡역으로 돌아와 지우펀행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익숙한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에 지우펀에서 루이팡으로 내려올 때 탔던, 목소리 크고 당당한 버스 기사였다. 그는 우리 숙소 앞 작은 정류장은 그냥 지나치겠다며, 지우펀 야시장 입구에서 내려주겠다고 했다. 당당하다…

결국, 씻고 쉬려던 계획은 무산되고, 의도치 않게 바로 야시장으로 향했다.

지우펀 야시장은 홍등이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우며, 말 그대로 사람에 휩쓸려 다니는 수준이었다. 잠시 서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에 떠밀려 다니다가, 간신히 지우펀의 랜드마크인 홍등 건물을 멀리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거기까지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미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지우펀의 진짜 매력은 밤이 깊어질 때

하지만, 지우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밤 8시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문이 닫힌 야시장을 다시 걸을 때였다.

그제야 비로소 홍등들이 눈에 들어왔다.

붐비는 시간대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성이 온전히 다가왔다. 인적이 거의 없는 그 거리를 걸으며 마치 다른 시간대, 다른 세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묘한 감정이 스며든다.

지우펀은 야시장과 홍등이 유명하지만, 진짜 매력은 밤이 깊어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아닐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