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여행의 시작, 부산에서 세부까지

-文山- 2025. 3. 1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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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김해공항까지

4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5시에 출발하는 서부 부산행 시외버스를 탔다. 토요일이라 출퇴근 시간 걱정은 없었고, 공항에는 2시간 전까지만 도착하면 되니 여유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진주 시내를 빠져나오는 데 30분, 고속도로 주행 40분, 그리고 고속도로 출구의 교통 체증을 지나 사상역에 도착하는 데 30분이 걸려 총 1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버스 안에서는 잠들 듯 잠들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잡념에 시달리다가, 결국 현재에 집중하며 여행을 즐기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듯하다.

 

복잡한 서부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긴장이 되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혹시 공황장애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길 바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김해공항으로 이동 및 체크인

경전철을 이용해 김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속 카운터로 직행했다. 줄이 길었지만, 여행 중에는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느긋해진다. 일상에서는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인데, 여행을 하면 무던해지는 것이 신기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졌다. 늘 자주 들여다보던 손목시계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공항 게이트 근처에서 글을 끄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에어부산 탑승 및 비행

에어부산의 세부행 항공편은 한국시간 밤 9시 20분에 출발하여 현지시간 12시 20분에 도착한다. 필리핀은 한국보다 1시간 느리기 때문에 총 비행시간은 4시간이다.

비행기 좌석에 앉자마자 옆자리가 비어 있기를 바랐지만, 덩치가 큰 남성분이 서너 살 되어 보이는 아기와 함께 앉았다. 아기 엄마는 멀리 떨어진 좌석에 앉아 있어서 결국 자리를 바꿔주었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마음이 편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아기 아빠도 고마웠는지 계속 신경 써 주었다. 여행의 시작이 좋은 느낌이다.

지루한 4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막탄 공항에 도착했다. 그래도 세부퍼시픽이나 에어아시아보다 에어부산의 서비스가 훨씬 좋았다. 음료수를 두 번 제공했고, 간단한 볶음밥이 무료였다. 결정적으로 좌석 간 간격이 넓어 다리를 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막탄 공항 입국 및 세관 통과

비행기에서 내려 긴 통로를 지나니 이민국 입국 심사대에 긴 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생각보다 줄이 빠르게 줄어들었고, 어느새 내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심사를 진행하는 이민국 직원 중 한 명이 눈에 익었다. 8년 전 필리핀에서 함께 일했던 친구로, 당시 부하직원이었는데 이제는 이민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나에게 'sir'이라고 불렀지만, 이번에는 내가 그를 'sir'이라고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사이가 좋았던 친구라 반갑게 악수를 나눴지만, 만약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입국이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언제, 어디서든 사람을 대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세관을 통과한 후 글로브(Globe) 심카드를 구매하기 위해 또 한 번 줄을 섰다. 15일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700페소)를 구입한 후 공항 밖으로 나왔다.

 

Island Hotel에서의 하룻밤

어디선가 나팔 소리와 북 치는 소리가 잠결에 들려왔다. 점점 커지는 소리에 결국 잠에서 깨어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5시 30분. 무슨 행진이라도 있나 싶어 카메라를 챙겨 나가 봤지만, 이미 행렬은 지나가고 없었다.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 잠을 청했다.

9시 30분쯤 눈을 떴을 때까지 두어 번 더 행진 소리가 들렸고, 결정적으로 나를 깨운 건 위층에서 들려오는 반복적인 침대 소리였다. '러브 모텔 맞구만!' Island Hotel의 최종 인상이었다. 깨끗하긴 했지만, TV는 고장 나 있었고, 개미들이 사방에서 돌아다녔다. 결국, 개미들을 피해 체크아웃을 서둘렀다.

체크아웃 후 맞은편 마리나 몰에서 환전을 했다. 마리나 몰 내 사설 환전소가 환율이 괜찮은 편이었다. 점심은 시암 타이푸드에서 해결한 후, 택시를 타고 마리바고 EGI 리조트로 이동했다.

 

EGI 리조트에서의 하루

운 좋게도 정오에 체크인이 가능했다. EGI 리조트 내 수영장은 그늘진 구역과 깊은 곳이 있어 만족스러웠다. 수영을 즐기고 해변에서 사진을 찍은 후, 수영장 옆 새들의 정원에서 '코카투'를 만났다. 호주에서는 흔한 새였지만, 이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종이라 반가웠다.

EGI 리조트는 낡은 시설로 인한 관리가 아쉬웠다. 수건이 낡고 얼룩져 있었으며, 안전금고는 배터리가 없어 작동하지 않았다. 배수구는 막혀 물이 잘 빠지지 않았고, 헤어드라이기도 없었다. 그래도 저가 숙소인 La Place에서의 공용 샤워실 갇힘 사건보다는 나았다. 여행은 역시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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