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짧은 대만 여행 마지막 – 화롄

-文山- 2025. 3. 6. 15:26
728x90
반응형

기차를 타고 화롄으로, 설렘과 모르는 아쉬움

지우펀에서 화롄으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를 탔다.
고속철이 아닌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기차를 선택했기에 약 30분이 더 소요되어 총 2시간이 걸렸다.

그 대신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특별했다.
왼쪽 창가에는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졌고, 오른쪽 창가로는 타이루거 협곡의 웅장한 모습이 보였다.

화롄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커지는 타이루거의 풍경. 빨리 그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이때는 알지 못했다.
이 풍경이 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줄은.

화롄 도착, 그리고 작은 후회

오후 1시쯤 화롄역에 도착해 미리 예약해 둔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숙소는 기차역과 가까운 곳에 있어 이동이 편리했다.

체크인하는 동안 직원이 남은 오후 시간을 활용해 타이루거를 다녀오라고 추천했다.
하지만 대만 여행 내내 나를 따라다녔던 체한 상태와 피로감 때문에, 그저 밥을 먹고 쉬고 싶었다.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그때 직원의 말을 들었더라면, 타이루거 협곡을 걸을 기회가 다시 찾아왔을까?

늦은 점심, 그리고 화롄의 야시장

짐을 풀고 씻은 후, 아침 겸 점심을 오후 3시쯤 먹을 수 있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식욕도 없고 어지러웠지만, 추천받아 찾아간 샤부샤부 가게의 국물은 예상보다 입에 잘 맞았다.

이곳은 화롄에서 꽤 유명하고 오래된 곳이라고 한다.
오후 3시면 보통 식사시간이 지나 한산할 법한데도, 여전히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다행히 영어 메뉴판이 있어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었다.

식사 후 2~3시간 숙소에서 쉬다가 해가 진 뒤 야시장으로 향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 화롄에는 여러 개의 야시장이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동다먼 야시장(東大門夜市) 한곳으로 통합되었다고 했다.

출발 전에 숙소 직원이 "내일 태풍이 온다니 아마 많은 가게가 문을 닫을 것"이라 알려주었다.
다행히 모든 가게가 닫힌 건 아니었고,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야시장을 즐길 수 있었다.

이날 처음으로 먹어본 조개 속살 꼬치와 관자 꼬치는 솔직히 내 입맛에는 너무 짰다.
야시장 음식 특유의 강한 양념 때문인지, 짠맛이 유독 강하게 느껴졌다.

태풍이 덮친 화롄, 모든 것이 멈춘 날

원래 계획은 다음 날 타이루거에서 하루 종일 트레킹을 하며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바람 소리가 유난히 거세고, 빗줄기가 점점 강하게 몰아쳤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간판이 떨어지는 모습까지 보였다.
솔직히… 나가기 겁이 났다.

할 수 없이 숙소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시켜 아침을 먹고, 하루 종일 방 안에 머물렀다.
이날은 모든 택시, 기차, 버스가 운행을 멈췄고,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다행히 편의점은 영업 중이어서 맥주와 간단한 간식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편의점까지 가는 짧은 거리조차 위험했다.

길을 걷는 동안 간판이 떨어질까 봐 긴장됐고, 도로에는 꺾인 나무와 바람에 날아다니는 현수막들이 보였다.
진짜 이날은 그냥 숙소에 갇혀 지낸 하루였다.

귀국길, 타이루거를 끝내 보지 못하다

다음 날,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공항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타이루거를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절벽이 무너져 도로가 완전히 차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젠 정말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내 첫 타이루거 여행은, 가보지도 못한 채 끝나버렸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