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진주 남강을 따라 걷고 뛰는 시간

-文山- 2025. 3. 30. 18:15
728x90
반응형

 

어느 도시든 그곳을 상징하는 강이 있다.
진주에선 단연 남강이다.
그 곁을 걷고 뛰다 보면,
강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나는 요즘 주 3회쯤,
남강을 따라 달린다.
늘 같은 루트인데도,
늘 다른 풍경이다.

 


아침 햇살이 강물에 닿을 때

조깅을 시작하는 건 보통 오전 중,
햇살이 강 위에 내려앉는 시간이다.
강을 끼고 천천히 달리다 보면,
햇살이 나를 포근히 감싸 않아준다.

강물은 잔잔하고,
바람은 생각보다 부드럽다.
귀엔 이어폰을 꽂지만,
가끔은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달린다.

그저 발아래에서
작게 울려 퍼지는 내 발자국 소리만.


천수교에서 김시민교까지

내 루트는 천수교에서 김시민교까지,
왕복 약 10km 정도 되는 거리다.
오르막도 거의 없고,
강변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도, 달리기도 좋다.

천수교를 지나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진주성이다.
강 위로 떠오르는 듯한 그 성곽은,
햇살을 받으면 더욱 아름답다.
달리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풍경 하나만으로도 이 길을 선택할 이유는 충분하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사람들,
누군가는 혼자, 누군가는 연인, 누군가는 강아지와 함께 걷는다.
서로 인사하진 않지만,
눈빛에서 ‘같은 루트의 친구’ 같은 기분이 든다.


뛴다는 건, 내 안의 흐름을 따라가는 일

빠르게 달릴 필요도 없고,
뭔가를 이겨낼 필요도 없다.

그냥 내 호흡에 맞춰,
발걸음을 내딛는 것.

달리면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그 순간,
남강은 흐르고,
나는 걷고,
시간은 멈춘다.


남강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조깅을 마치고 강을 바라보면,
어떤 날은 잔잔하고,
어떤 날은 흐릿하고,
어떤 날은 눈부시다.

남강은 매일 다른 옷을 입지만,
한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 늘 있다.
내가 걷고 싶을 때,
달리고 싶을 때,
멈추고 싶을 때,
항상 기다려주는 그 길 위에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