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불타는 하늘 아래에서, 오랜만의 풋살 한 판

-文山- 2025. 3. 3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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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들과 풋살을 했다.
장소는 진주 종합운동장 풋살장.
진주 시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인조잔디가 깔려 있고, 야간 조명도 좋아서 해 질 무렵까지 운동하기 딱 좋다.

우리는 총 2시간을 예약했다.
시간당 3만 원, 합쳐서 6만 원.
이 정도면 가볍게 모임에서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금액이다.
예약은 진주시체육시설관리사무소 홈페이지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다.
대여도 편했고, 시설도 깔끔했다.
단체 모임, 동호회, 친구들 모임에 추천할 만한 장소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이었다.
뛴다는 행위가.
몸이 먼저 반응했다.
운동화 끈을 조이고, 인조잔디 위를 달릴 때까진 몰랐다.
내 다리 근육들이 이렇게 오래 쉬고 있었다는 걸.

첫 터치에서부터 삐걱거렸다.
패스를 하고 뛰는 사이, 다리 안쪽 깊숙한 곳이 슬슬 당기기 시작했다.
경기 끝나고 샤워할 때쯤엔 ‘아, 내일 큰일 났다’는 예감이 딱 들었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다음날, 나는 마치 마디마디 기름칠이 덜 된 로봇처럼 엉기적엉기적 걸어 다녔다.
허벅지 안쪽, 평소엔 잊고 살던 근육이 나의 존재를 끝까지 증명했다.


이날 하늘은, 무언가를 경고하는 듯했다

풋살을 시작하기 전, 풋살장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맑고 파랬다.
하지만 곧 산청 지리산 쪽에서 큰 산불이 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놀랍게도 그 연기가 바람을 타고 진주까지 밀려왔다.

푸르렀던 하늘은 점차 황토빛으로 물들었고,
태양은 마치 붉은 필터를 씌운 듯 진홍빛으로 바뀌었다.
풋살을 하던 우리 위로, 불타는 하늘이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연기는 빠르게 퍼지고, 햇빛은 사라지며,
공기는 점점 묵직해졌다.
이질적인 색과 냄새, 그리고 하늘의 무게감이
풋살장 한가운데에서도 선명히 느껴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을 찼다.
헉헉대며 웃고,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우며
그 순간만큼은 연기 속에서도 살아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점점 하늘로 향했다.
산불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진화대원들과
사고로 목숨을 잃은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마움이 커졌고,
우리는 예정된 시간을 모두 채우지 않고,
조용히 풋살을 마무리하고 운동장을 나섰다.


운동은 못 해도, 함께 뛴 그 순간은 선명했다

그날 내 허벅지 근육은 다시 깨어났다.
기억조차 없던 근육통이 하루 종일 나를 지배했지만,
그 고통마저도 웃음으로 돌아왔다.

몸은 고되고, 하늘은 불안했지만
한참을 함께 달렸던 그 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운동은 서툴렀지만,
함께 뛰었던 그 장면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이다.
연기가 하늘을 덮었던 그날, 우리는 그 안에서도 분명히 살아 있었다.


풋살, 작지만 강렬한 축구

풋살(Futsal)은 축구에서 파생된 소형 경기 형태다.
축구보다 작은 실내 또는 실외 코트에서 5:5로 진행되며, 빠른 템포와 기술적인 플레이가 핵심이다.
‘풋살’이라는 말은 **포르투갈어 Futebol de salão(실내 축구)**에서 유래되었으며, 1930년대 우루과이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좁은 공간에서 정교한 볼 터치와 순간 판단력이 요구되기에,
많은 프로 축구 선수들이 어릴 때 풋살을 통해 기본기를 다졌다고도 알려져 있다.

규칙도 축구와 다르다.
오프사이드가 없고,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는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에 들어갈 수 없다.
경기 시간은 전후반 20분씩이며, 교체는 자유롭다.
경기장도 작기 때문에, 체력 부담은 비교적 덜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풋살의 진짜 매력은,
그 작은 공간 안에서 즉흥성과 팀워크가 불꽃처럼 살아난다는 것이다.
누군가 한 명이 번뜩이면, 그 움직임이 바로 공격이 되고,
또 누군가가 슬쩍 자리를 채우면, 그 순간 수비가 완성된다.


산불, 우리 모두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지리산 산불을 겪으며, 우리는 자연 앞에서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실감한다.
불은 한순간에 산을 삼키고, 하늘을 물들인다.
그리고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간다.

산불은 대부분 부주의에서 시작된다.
산행 중 담배꽁초를 버리거나, 쓰레기를 소각하거나, 불씨를 관리하지 못한 순간이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산불 예방을 위한 기본 수칙은 다음과 같다:

  • 산림 인근에서 불씨가 생기는 모든 행위 금지
  • 논·밭두렁 태우기 자제
  • 담배꽁초 투기 금지 및 화기 소지 금지
  • 산에서 불을 피운 경우 반드시 완전 소화 확인
  • 산불 발견 시 즉시 119 또는 관할 산림청에 신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순히 숲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과 우리의 삶이다.
더는 희생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푸르른 지리산이 다시 제 모습을 되찾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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