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봤던 커다란 바다 거북이 인상 깊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오늘 할 일이 없어서였을까. 아일랜드 호핑을 나가는 팀이 있다면 무조건 합류하기로 했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호핑팀은 없었다. 그 대신 아침부터 보트맨이 나를 유혹했다. 가격을 많이 할인해 줄 테니 오늘도 자기와 함께 호핑을 나가자고 말이다. 나는 그런 그에게 역으로 제안을 해보았다.
그래서 이번엔 오직 바다 거북이만 볼 수 있도록 독일 섬(German Island)만 방문하고, 점심 없이 정오에 돌아오는 조건으로 프라이빗 보트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독일 섬으로 출발
아침 8시 30분, 준비를 마치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사실 아침 7시부터 보트맨과 만나 오늘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끝냈다. 날씨는 맑고 햇빛이 강렬했다. 파도는 잔잔했지만, 물살이 조금 빠르다. 그리고 약 20분 정도 배를 타고 독일 섬 앞바다에 도착했다.
눈을 크게 뜨고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마침내 물 위로 머리를 내미는 거북이를 발견했다. 급히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로 입수해 거북이를 따라갔다. 정신없이 1분 정도 헤엄쳐 따라갔지만, 거북이는 깊은 바다로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그 후 한동안 열심히 수영하며 다른 거북이를 찾아보았으나 보이지 않아, 잠시 섬에 들어가기로 했다.
독일 섬에서의 휴식
독일 섬은 해먹이 6~7개 정도 설치되어 있어, 마치 해먹 낮잠을 위한 천국 같았다. 해먹에 누우면 바로 눈앞에 에메랄드빛 바다와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진다.
한숨 자볼까 하던 찰나, 멀리서 보트맨이 크게 소리쳤다. 그는 거북이를 찾기 위해 직접 바다로 뛰어들었고, 마침내 발견한 듯했다. 기쁜 마음에 황급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약 50m를 헤엄쳐 가니, 어제 봤던 커다란 바다 거북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사진도 찍고, 한동안 멍하니 감상했다. 그런데 갑자기 보트맨이 우리를 위해 더 좋은 사진을 찍게 해 주겠다며 물속으로 내려가더니, 거북이를 손으로 들어 올리려 했다.
그 순간 내 눈에 비친 거북이의 표정은 마치 "스트레스!"라고 외치는 듯했다. 결국 식사를 중단한 거북이는 저 멀리 깊은 바다 속으로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섬에서의 여유로운 시간
다시 독일 섬으로 돌아와, 오늘 남은 시간은 그저 릴렉스하기로 결정!
보트맨도 미안했던지,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거북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노력 덕분이었기에, 나는 웃으며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우리보다 늦게 도착한 보트들은 거북이를 찾기 위해 조금 둘러보는 시늉만 하다가 금세 떠났다. 우리는 아침 일찍 도착한 덕분에 거북이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생각된다.
입장료를 계산한 후, 해먹에 누워 잠을 청해보려 했지만, 결국 잠들지는 못했다. 그늘 아래에선 시원한 바람이 오히려 차갑게 느껴졌다. 그저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11시 30분, 섬을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미련이 남아 다시 한번 바다를 스캔해 보았지만, 더 이상 거북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하루 다시 한 번 커다란 바다거북을 볼 수 있었기에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포트 바튼에서의 마무리
남은 하루는 포트 바튼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가카얀(Gacayan)’에서 낮술과 함께 점심과 저녁을 즐기며 보냈다.
이곳의 위치는 포트 바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으니,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변 중앙에서 두 블록 정도 안쪽 골목에 위치해 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포트 바튼에서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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