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포트 바튼에서 출발하는 지프니를 타고 로하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후 로하스에서 체리 버스로 갈아타 엘니도로 향하는 여정. 그렇게 오늘 하루가 시작됐다.
누군가 말했다.
"좋은 자리에 앉고 싶다면 30분 일찍 가라!"
그래서 7시 20분에 체크아웃하고 천천히 걸어가니 7시 30분.
주변에 있던 현지인 한 명이 말했다.
"아무 데나 앉으면 돼요."
‘30분만 기다리면 출발하겠지.’ 그렇게 터무니없는 기대를 품고 앉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엘니도까지 가려면 1인당 550페소, 지금 내 밴 타고 갈래?"
계산해 보며 고민하는 사이, 밴 기사가 5분도 안 지나 미안하다고 했다.
"미안, 자리 다 찼어요!"
‘..............’
지프니는 언제 출발하는가
지프니에 앉아 기다리는데, 8시가 지나도 출발할 기미가 없다.
"필리핀 타임은 기본 30분 늦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린다.
결국 8시 40분이 되어서야 기사 아저씨가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여유롭게 나타났다.
승객은 총 8명.
비수기라 그런지 지프니가 텅빈 느낌이었다.
약 한 시간을 열심히 달린 뒤, 로하스 도착을 앞두고 기사가 말한다.
"여기서 내리세요. 체리 버스가 이곳에 정차해요."
로하스까지 10분 더 가야 하지만, 기사 말만 믿고 내렸다.
지프니 비용을 계산하고 하차하여 앞의 휴게소에서 다시 물어보았다.
"여기에 체리 버스 정차하는 거 맞죠?"
"아니요. 저기 100m 아래 다른 휴게소에서만 서요."
다행히 완전히 엉뚱한 곳은 아니었다. 100m 정도 걷는 건 문제없다.
100m 정도 이동 후 도착한 휴게소에 다시 물었다.
"체리 버스 여기 서나요?"
"네, 11시에 정차할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기분 좋게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때 시간이 9시 50분.
한 시간 조금 넘게만 기다리면 된다는 터무니없었던 생각과 함께.
체리 버스는 멈추지 않는다
11시가 지나고, ‘필리핀 시간이겠지’ 하며 위로하며 기다렸다.
11시 30분이 넘어가자 조금 초조해진다.
그때, 휴게소에 정차하고 지나는 밴 기사가 보여 물어봤다.
"혹시 엘니도 가는 체리 버스 지나가는 거 봤어요?"
"네, 곧 여기 올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안심하며 10분 정도 도로를 바라보며 기다리는데...
"부아아아 앙—!" 소리와 함께
체리 버스가 내 눈앞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멈출 기미가 전혀 없다.
‘썩을…’
나에게 "곧 온다"라고 말했던 밴 기사도 옆에서 쓴웃음을 짓는다.
마눌님은 "이게 뭐야?"라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공황 상태.
거의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
운 좋게 밴을 타다
잠시 뒤, 아까 나에게 대답해 주었던 밴 기사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제 밴에 두 자리 남았는데 불편해도 타시겠어요?"
체리 버스 요금과 같은 가격.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다.
"엘니도까지 얼마나 걸려요?"
"2시간 반이면 도착해요."
비록 마눌님과 따로 앉아가야 하지만 자리가 생각보다 넓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난 운 좋게 기사 옆에 앉았는데... 이 사람, 너무 친절하다.
그냥 친절한 정도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반할 만큼 친절했다.
어느새, 도로 위에서 우리를 무자비하게 지나쳐갔던 체리 버스도 추월했다.
그리고 2시간 반 후에 목적지 엘니도에 도착하였다.
숙소 찾기 – '피 고메즈'
친절했던 밴 기사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후,
EULEN JOY 밴 터미널에서 해변까지 트라이시클로 이동하였다.
숙소는 사전에 검색했던 "피 고메즈."
이 숙소에서 해변은 보이지 않지만 1분 이내로 걸어갈 수 있었고, 깨끗하며 저렴하였다.
포트 바튼에서 해변가의 숙소를 충분히 즐겼기에,
엘니도에서는 굳이 해변이 보이는 숙소를 찾지 않았다.
엘니도, 그리고 포트 바튼
배낭을 풀고 가장 먼저 해변을 걸었다.
엄청 상업화된 모습.
조용했던 포트 바튼과 비교되었기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팔라완에서 엘니도를 최고로 꼽지만,
개인적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포트 바튼이 훨씬 아름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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