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24

시키호르 섬, 오토바이로 달리는 마법 같은 하루

시키호르(Siquijor)는 필리핀 중부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오랜 시간 ‘마녀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하지만 내가 경험한 시키호르는 마법이라기보다 ‘치유’와 ‘고요’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렸다.그리고 무엇보다 이 섬을 가장 잘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단연 오토바이를 타고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다.처음 핸들을 잡고 섬을 달릴 때의 설렘은 지금도 또렷하다.예상보다 도로 상태는 좋았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언덕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의 수평선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키호르의 중심부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인피니티 풀이 있는 고급 리조트들이 몇 군데 등장하는데,언덕 위에서 수평선과 수영장이 맞닿는 풍경은 그 자체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하루 종일 그곳에서 수영하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참 좋았을 텐데..

해외여행 2025.04.08

보홀에서 시키호르로 가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조식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시키호르로 향하는 10시 페리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8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9시쯤 타그빌라란 항구에 도착했다. 리조트에서 택시를 불러주니 편했다.헤난 리조트에서는 디포짓을 현금이나 카드로 받는다. 나는 국제 체크카드를 썼는데, 환불받는 데 한 달 넘게 걸릴 수도 있다고 해서, 다음엔 현금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참고로 내 체크카드에서는 돈이 아예 빠져나가지 않아서 나중에 살짝 당황했었다. 또, 환전할 때는 100달러가 아니면 환율이 나쁘고, 조금이라도 구겨지면 아예 안 바꿔주려고 하니, 그런 지폐들은 디포짓 용도로 써두면 괜찮을 것 같다. 12GO라는 사이트에서 보홀 탁빌라란 → 시키호르 구간을 미리 예약해 두었다.보통은 오후에 ..

해외여행 2025.04.07

파밀라칸 섬에서 거북이들과 함께 유영하다

필리핀의 바다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아일랜드 호핑(Island Hopping)'은 빼놓을 수 없는 액티비티다. 보홀에서는 흔히 돌고래 관찰 후 발리카삭 섬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버진 아일랜드에서 사진을 찍는 코스가 유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 코스는 관광객이 많아 혼잡함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여행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위해 파밀라칸 섬으로의 호핑 투어를 선택했다.파밀라칸 섬: 숨겨진 보석파밀라칸 섬은 보홀 인근의 작은 섬으로, 아직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다. 이 섬은 맑은 바다와 풍부한 해양 생태계로 유명하며, 특히 돌고래 관찰과 스노클링 명소로 손꼽힌다. 섬 주변의 바다는 비교적 파도가 잔잔하고 투명도가 높아 다양한 해양 생물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여정..

해외여행 2025.04.03

물의 선율 위를 걷는 보홀에서의 하루

아침 아홉 시, 아직 햇살은 날카롭지 않았고, 우리는 천천히 헤난 타왈라 리조트로 향했다.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작은 긴장과 설렘 속에서, 체크인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고, 리조트에 짐을 맡긴다.정식 입실은 아직 멀었지만, 그마저도 기다림이 아니라 여유처럼 느껴지는 날이었다.헤난 타왈라 리조트 정보헤난 타왈라 리조트는 필리핀 보홀 팡라오 섬의 타왈라 지역에 위치한 5성급 리조트로, 2020년에 오픈하여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시설을 제공한다.리조트는 총 210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럭스 룸, 디럭스 풀 액세스 룸, 프리미어 룸, 프리미어 풀 액세스 룸 등 다양한 유형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부대시설로는 리조트를 둘러싸는 여러 개의 수영장, 시그니처 풀 액세스 객실, 레스토랑, 풀사이드 바 등이 ..

해외여행 2025.04.02

맥주, 알콜홀릭 여행의 시작 — 보홀 알로나 비치 도착

신혼여행을 함께한 커플과 보홀 여행을 시작했다.가이드라는 이름으로 함께였지만, 사실 내겐 그저 또 하나의 멋진 여행이었다.출발은 김해공항.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언제나 설레고도 아련하다.비행기는 여전히 무섭고, 이륙할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스쳐간다.그런 생각은 오히려 내 삶을 더 감정적으로 만든다.죽음을 떠올릴 때 삶이 더욱 선명해진다더니, 진짜 그렇다.  **보홀(Bohol)**은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에 속한 섬이다.세부(Cebu) 섬의 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다이빙과 스노클링, 고요한 자연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이다.보홀은 특히 세계적인 자연 유산인 초콜릿 힐(Chocolate Hills), 원시림, 타르시어 원숭이로 유명하다..

해외여행 2025.04.01

엘니도 마지막 날, 잔치상 끝에 남겨진 허기

엘니도 마지막 날 - 잔치상 끝에 남겨진 허기'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있다.엘니도는 내게 그런 곳이었다.아름답기로 소문난 바다와 풍경, 수많은 여행자들이 들썩이는 열기 속에서 정작 내 여행자의 식탁은 텅 비어 있었다.마치 보기만 좋은 잔치상에 앉아 허기를 삼켜야 했던 기분. 유명 관광지답게 가격이 다소 높은 건 이해했다.하지만 타운 내 음식점 대부분은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이곳저곳 다니며 늘 시켜 먹던 익숙한 메뉴들을 선택한 내 탓도 있지만,엘니도에서 먹은 음식은 그 익숙함조차 무색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심지어 익히지 않은 고기가 서빙된 적도 있었다.말로만 BBQ인 그릴 포크는, 안쪽은 덜 익고 바깥은 타버린, 성의 없는 조리의 상징 같았다. 이곳 음식들은 대체로 서구식 입맛을 따라가려다..

해외여행 2025.03.27

엘니도 – Island Hopping Tour A

오늘은 엘니도에서 아일랜드 호핑 투어 A 코스를 떠나는 날이다.투어를 예약할 때, 포트 바튼에서 구입한 ECO CARD는 엘니도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고, 새로 구매해야 했다.약속된 시간인 8시 55분, 투어 예약 장소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투어비에 포함된 것인지, 아쿠아 슈즈를 무료로 대여한 후 보트까지 안내받았다.점심은 포함되어 있었지만, 카약 이용료는 별도였다.출발 – 아쉬운 동행보트에 올라 함께할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전부 백인 여행자들이었다.개인적으로 필리핀 여행객들과 동행하는 걸 선호하는데, 다소 아쉬웠다.총 10명의 투어 그룹 중 20대 초반의 호주인 4명이 있었는데,예상대로… 최악의 동행이었다.배에 타자마자 럼주 병을 꺼내더니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고,투어 내..

해외여행 2025.03.26

포트 바튼에서 엘니도로 – 기다림과 우연이 만든 여정

아침 8시, 포트 바튼에서 출발하는 지프니를 타고 로하스로 이동하기로 했다.이후 로하스에서 체리 버스로 갈아타 엘니도로 향하는 여정. 그렇게 오늘 하루가 시작됐다.누군가 말했다."좋은 자리에 앉고 싶다면 30분 일찍 가라!"그래서 7시 20분에 체크아웃하고 천천히 걸어가니 7시 30분.주변에 있던 현지인 한 명이 말했다."아무 데나 앉으면 돼요."‘30분만 기다리면 출발하겠지.’ 그렇게 터무니없는 기대를 품고 앉아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엘니도까지 가려면 1인당 550페소, 지금 내 밴 타고 갈래?"계산해 보며 고민하는 사이, 밴 기사가 5분도 안 지나 미안하다고 했다."미안, 자리 다 찼어요!"‘..............’지프니는 언제 출발하는가지프니에 앉아 기다리는데, ..

해외여행 2025.03.25

또다시 떠난 바다 거북이 탐험 - 포트 바튼

어제 봤던 커다란 바다 거북이 인상 깊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오늘 할 일이 없어서였을까. 아일랜드 호핑을 나가는 팀이 있다면 무조건 합류하기로 했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호핑팀은 없었다. 그 대신 아침부터 보트맨이 나를 유혹했다. 가격을 많이 할인해 줄 테니 오늘도 자기와 함께 호핑을 나가자고 말이다. 나는 그런 그에게 역으로 제안을 해보았다.그래서 이번엔 오직 바다 거북이만 볼 수 있도록 독일 섬(German Island)만 방문하고, 점심 없이 정오에 돌아오는 조건으로 프라이빗 보트를 이용하기로 하였다.독일 섬으로 출발아침 8시 30분, 준비를 마치자마자 바로 출발했다. 사실 아침 7시부터 보트맨과 만나 오늘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끝냈다. 날씨는 맑고 햇빛이 강렬했다. 파도는 잔잔했지만, 물살이 조..

해외여행 2025.03.24

포트 바튼 첫번째 아일랜드 호핑: 바다 거북이와 함께한 하루

어젯밤, 아일랜드 호핑 투어에서 바다 거북이를 100%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만지는 것도 가능하다는 소문까지! (만지면 절대 안 됨.)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그 때문인지 새벽부터 일어나 씻고 준비를 마쳤다. 함께 가기로 한 외국인 커플은 아침부터 내리는 비를 보고 투어를 취소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출발하기로 했다. 8시 30분, 배가 출발하자 신기하게도 비가 멎었다.이번 호핑 투어에서는 4~5곳의 섬과 스노클링 포인트를 선택해 방문할 수 있었다. 출발 전, 에코 투어리즘 카드를 소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다행히 호텔에서 미리 구매해 주었다. 이 카드는 10일간 유효하며, 독일 섬(German Island)은 추가 입장료가 필요하다. 첫 번째 목적지: 트윈 리..

해외여행 2025.03.23